1998년 2월 1일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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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호 2005년 11월 22일 발행

THE KAIST TIMES http://kaisttimes.com

캔디스의 위풍당당 국제매너

우리가 외국에 갔을 때, 서양 레스토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음식의 이름을 몰라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가 있지만, 테이블 매너에 익숙지 않아서도 그 이유가 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들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충분한 연습을 함으로써 정말 중요한 순간에 실수하지 않도록 하자.

웨이터를 부를 때

서양에서 웨이터를 부를 때는, 절대 소리내서 부르지 않는다. 그냥 손가락만 들거나, 고개를 들고 웨이터를 쳐다만 봐도 웨이터는 달려온다. 소리지를 필요도, 손을 번쩍 들 필요도 없이 우아하게 식사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를 들라 하면, 필자는 단연코 이것이 아닐까 싶다.

냅킨

우리는 주로 종이냅킨을 즐겨 쓴다. 그래서 필자는 초기에 외국 레스토랑에 가면 언제나 paper napkin을 따로 달라고 주문을 했었다. 그러면, 같이 식사한 친구는 “Candice, you can use YOUR napkin"하며 이미 나에게 주어진 하얀 천으로 된 냅킨을 쓰라 했는데, 한국의 냅킨 문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차마 그렇게 깨끗하고 하얀, 그것도 종이가 아닌 천에 더러운 것을 닦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하얀 천 냅킨을 깨끗하게 쓰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입에 묻은 더러운 것을 마구 닦아도 되는 것이다.

냅킨은 모든 사람이 착석한 후 얘기가 오고 가다가 주문을 한 뒤, 첫 요리가 나오기 직전에 피는 것이 좋다. 이 때 펄럭펄럭 털어서 펴지 말고, 조용히 무릎위로 가져와 펴는데. 이때 센스를 발휘해서 냅킨을 활짝 펴서 무릎위에 올려놓는 것보다는 반으로 접어서 접어진 쪽을 자기 앞으로 놓는다. 입을 닦은 더러워진 부분을 보이지 않도록 덮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화장실에 갈 때는 식사 중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의자 뒤에 걸쳐 놓고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무릎 위에 놓는다. 식사가 끝나고 나갈 때는 냅킨을 차곡차곡 잘 개서 놓는 것보다는 잘 먹었다는 표시로 접시 옆에 대충 놓는 것이 더 매너이다.

와인 테이스팅(tasting)

와인은 요즘 서양 요리와 함께 거의 빠질 수 없는 메뉴가 되었는데, 와인은 요리에 곁들여 마시면 요리의 느끼함을 가시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육류는 적포도주가 어울리고, 생선 요리는 백포도주가 어울린다.

와인 잔을 받는 요령은, 와인을 따라줄 때, 잔을 들고 받는 것이 아니라, 잔을 테이블 위에 그냥 올려놓는 것이다. 이때, 웨이터가 아주 조금만 따라주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와인 테이스팅을 하기 위함이다.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확하게 내가 오더 한 것을 가져왔는지, 그리고, 그 와인의 보관 상태가 잘 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이미 잘 알고 있는 와인이라 할지라도 보관 방법에 따라 그 맛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남성들은 센스를 발휘해서 여성에게 와인 테이스팅을 하도록 유도해보자. 멋진 매너에 탄복 안할 여성은 없을 것이다. 와인을 마실 때 그 맛을 배가시키는 요령이 있다.

와인 잔을 흔들어 잔 가득히 향기 넘쳐나도록 한 뒤, 향기를 음미하며, 한 모금씩 머금어서 혀 안쪽까지 입안에서 굴려준다. 원샷은 금물이다. 눈으로 색깔을 보고, 코로 향기를 음미하고, 입으로 맛을 보는 우리의 3대 감각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것이 바로 와인인 것이다. 와인 잔을 들 때도 보울의 둥근 부분을 잡는 것이 아니라 대를 잡고 마시는데 이것은 손의 체온으로 인해 와인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잡았다고 해서 크게 매너에 벗어난 것은 아니다.

기침, 재채기, 코 푸는 것, 방귀뀌는 것, 트림 중 가장 용납이 안 되는 것은?

식사 중 일어날 수 있는 당황스러운 일들이 있는데, 바로 예상치 않은 인간의 신체 반응이다. 기침, 재채기, 코푸는 것, 방귀뀌는 것, 트림 등이 그것인데, 이중 가장 용납이 안 되는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트림이다.

트림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먹었다는 표시로 그렇게 흠이 되진 않지만, 서양에서는 다른 것은 그래도 참아도 트림만큼은 참을 수 없다. 트림은 그 냄새도 냄새지만, 그 과정 즉, 음식물이 내려가는 과정이 눈으로 그려지며 상상을 하게 되어 아주 불쾌감을 느낀다. 또, 트림은 인간 스스로 훈련이나 노력에 의해 참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소리를 최대한 작게 함으로써) 큰 소리로 트림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반면, 코 푸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보다 관대한 편이다. 서양인들은 코에 대한 알레르기로 인해 식사 중에 휴지로 코를 푼 뒤, “excuse me"하는 것을 종종 본다. 물론 콧물 정도 고여 있는 경우 살짝 닦아내듯이 푸는 것이고, 만약, 심한 경우라면 화장실에 가서 풀도록 해야 한다.

계산과 팁

특별히 웨이터가 “Pay the cashier" 라는 말이 없으면 계산은 나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웨이터를 불러서 앉은 자리에서 지불한다. 우리 같으면, 앞에 손님이 앉아있는데 계산서를 본다는 것이 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외국에선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계산서를 가져오면 꼼꼼하게 주의깊게 목록을 확인하고, 신용카드나, 현금을 계산서 사이에 끼워 웨이터에게 건네주면 된다. 그리고 tip은 테이블 위에 놓고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Tip의 유래를 살펴보면, 18세기 어느 술집 벽에 ‘신속하고 훌륭한 서비스를 위해 지불은 충분하게’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 문구가 후에 To insure Promptness로 바뀌게 되었고, 약어로 TIP이 되었다. 즉 팁은 신속한 서비스에 대한 사례라는 뜻인 셈이다. 팁은 점심은 10%, 저녁은 15% 정도를 내는데, 앞에 앉은 파트너가 맘에 들었거나, 음식이 맘에 들었거나, 비즈니스상의 일이 잘 풀렸거나 어쨌든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저녁식사인 경우 20%-30%까지도 내기도 한다. 

만약 팁으로 낼 잔돈이 없을 경우엔 어떻게 할까?

신용카드로 계산 시, Bill(계산서)을 보면 최종액수 밑에 tip이라고 씌여진 난이 있다. 손님이 주고 싶은 만큼 tip의 액수를 쓴 뒤, 총 합계를 계산해서 쓰면, 팁까지 포함해서 신용카드로 결제가 된다. 미국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에 놀란 적이 있다. 간혹 테이블 위에 팁을 놓지 않고 일어서는 미국사람들을 보며 몰상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팁을 안내는 것은 미국에서 상상할 수도 없을뿐 아니라 그 사람들은 이미 팁을 지불 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tip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는 것이다.

코트

코트를 받아주고 입혀주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흔히들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여성의 코트를 받아주는 것은 잘한다. 그런데, 식사가 끝난 후 코트를 입혀줄 때 보면, 아 이 남자가 많이 입혀줘 보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운이 좋게도 나는 미국에서 신사분이랑 식사를 할 때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거의 모든 남성들이 이런 것에 능숙했었기 때문에 전혀 불편함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달랐다. 경험이 별로 없는 한국 남성들로 인해 필자는 코트 입혀주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것임을 깨달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남성은 코트를 받아주고 입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여성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매너를 보여주게 되고, 여성은 존중받고 있다는 뿌듯한 만족감이 들어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그리고 제 3자 즉,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들이 이 장면을 보며 “아!” 하며 감탄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가끔 눈치 채게 되는데, 그것은 여성에게 보내는 부러움보다는 바로 남성의 멋진 매너에 대한 찬사라는 사실이다. 바로 매너는 받는 사람이 아니라 보여주는 사람이 더 빛나 보인다는 것을 말해준다. 서로의 기분을 상쾌하고 좋게 만드는 것, 매너는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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