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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호 2005년 11월 22일 발행

THE KAIST TIMES http://kaisttimes.com

세계화의 뒤편에는 무엇이 있는가

시 정 곤
한국과학기술원
대전광역시 유성구 구성동 373-1,
305-711, 대한민국

며칠전 부산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가 열렸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나라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향해 머리를 맞대고 통합의 노력을 시도했다. 이번 대회의 개최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중심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큰 결실이라고 본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이라는 거센 파고는 우리를 포함해 전세계인이 부딪혀야 할 숙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의 국소적인 공동체는 더 큰 공동체로 뭉치고 더 큰 힘을 발휘하고자 한다. 각 나라는 덩치를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을 태동시키면서 그 세력을 더욱 키워가고 있으며, 아메리카도 미국과 남미를 하나로 하는 네트워크를 구성 중에  있다. 또 아시아에는 아펙이 존재하고 있다. 아펙은 미, 중, 러, 일 등 세계 초강대국이 모두 포함된 세계 최대 지역 경제협력체라는 점에서 그 위세가 더더욱 크다. 아펙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세계가 커다란 벨트로 묶여가는 동안, 세계화를 거부하는 움직임 또한 등장하고 있다. 이번 아펙에서도 아펙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양극화 문제를 제기하면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거부하려는 집단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반대의 목소리는 개발도상국을 위시한 약소국에서 더욱 강하다. 세계화와 자유무역화가 인류의 미래에 가져다 줄 열매가 적지 않겠으나,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폐해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얼마전 프랑스에서는 이슬람 이주민들의 폭동이 몇주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인종차별과 문화차별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번 폭동은 프랑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도 따지고 보면 불경기와 실업이라는 경제문제, 더 나아가서는 세계화라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더 싼 노동력을 찾아 동유럽국가로 공장을 옮기면서 벌어진 구조적 문제가 야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제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그것이고, 비정규직 문제가 그것이며, 나락가마에 불을 지를 수밖에 없는 농민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세계화의 흐름속에서 우리가 감당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세계화와 자유무역화가 피할 수 없는 물결이라면, 이제는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일방적인 한쪽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체계적인 준비와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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