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2월 1일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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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호 2005년 11월 22일 발행

THE KAIST TIMES http://kaisttimes.com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1할 2푼 5리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기-

사석필 (화학과 03학번)
한국과학기술원
대전광역시 유성구 구성동 373-1,
305-711, 대한민국

뜬금없는 질문 하나로 시작해보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난 프로란 이기기 위해 승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고 아마추어란 승패보단 즐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프로의 세계, 정확히는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전설적인 1할 2푼 5리의 승률을 남긴 팀이 있다. 바로 프로야구 원년의 팀 중 하나였던, 슈퍼스타 한 명 없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그렇다.

모두가 목표를 ‘우승’이라고 말할 때 독야청청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을 외쳤던 정말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찾기 힘든 진기록들­은 물론 훌륭하게 졌기 때문에 생겨난 기록들­을 남겼던 전설적인 팀, 이 책은 그 삼미 슈퍼스타즈와 그 마지막 팬클럽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린이에게 꿈을! 젊은이에게 낭만을!(프로야구의 초창기 캐치프레이즈), 시작은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처음 등장하던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구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인천에도 연고팀인 삼미슈퍼스타즈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야구 열기가 분다. 주인공은 인천의 고민 많고 똑똑하고 유난히 머리가 컸다는 한 소년으로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으로 가입한다.

하지만 OB 베어스가 어린이 팬들에게 꿈을 가져다주었는지는 몰라도 삼미 슈퍼스타즈가 소년에게 가져다 준 것은 전기 10승 30패, 후기 5승 35패-승률 1할 2푼 5리-의 용의주도하게 졌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초라한 성적표였다. 아름다운 것만 보고 아름다운 꿈만 꿔도 될 나이에 소년은 홈런성 눈물을 쏟아가며 치열한 경쟁사회를 배워나간다.

그리고 그곳이 ‘파를 콧구멍에 꽂아 고시를 패스했다는 인천법원의 김판사’처럼 콧구멍에 파를 꽂고 사는 기이한 사람들을 위한 곳임을 알게 됐을 것이다. 결국 냉혹한 프로 시스템에서 퇴출되었던 삼미를 바라보며 그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일류대라는 안정적인 시스템 안으로 편입하고 프로처럼 열심히 일했지만 냉혹한 현실은 가정을 버리고 열심히 일한 대가로 그를 직장에서 퇴출시킨다. 이후 그는 삼미슈퍼스타즈의 야구를 깨닫고 지지리 궁상들을 모아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지막 삼미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창단하고 삼미가 했던 야구를 재현하고자 한다.

이 책의 주제는 사실 매우 단순하다.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즉, 간단히 말한다면 ‘대충 하자’ 딱 네 글자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대충 하자’라는 말이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은 내가 좀 지쳐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뭐랄까 야구용어로 표현한다면 홈런을 친다고 타석에 등장했다가 연속으로 아웃되다 이제 번트라도 쳐야하지 않을까, 몸에 맞는 공으로라도 출루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조급함에 사로잡혀있었다고 할까.

솔직히 그동안 꾸준히 앞에 서서 달려 왔던 나에겐 지는 것이 싫고 익숙하진 않다. 그래서인지 삼미의 야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난 너무 한 타석 한 타석에만 집중할 뿐 정작 경기는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몇 점 내주더라도 결국에 승리하면 되는 것인데도.

사실 삼미 슈퍼스타즈라고해서 왜 이기고 싶고 우승하고 싶지 않았을까? 책에서도 팬클럽이 결국 해체되고 만 것처럼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는 게 현실적이진 않다. 다만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관건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것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미래가 중요한 만큼 현재도 중요하다. 어차피 지구도 멸망한다. 늘 그렇듯이 아니면 말구.

자, 플레이 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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