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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科技' 융합과 개방의 열매

앤더스 플로트스트룀 스웨덴 왕립공대 총장

[과학기술한림원 공동기획]
세계 일류대 총장이 말한다 ③

이현경 기자
사이언스 타임즈, 2004년 6월 30일

“대학 총장은 정부에서 임명하고, 운영자금 또한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철저히 보장된 자율권이 스웨덴을 북유럽의 과학강국으로 만들었다.”

북유럽의 과학강국 스웨덴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인 스웨덴 왕립공대(The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 http://www.kth.se 이하 KTH)의 앤더스 플로트스트룀 총장이 밝힌 스웨덴 과학 저력의 비결이다. 절벽에 떨어져도 운전자는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남는다는 볼보 신화. 우리에게 스웨덴하면 떠오르는 인상이다. 볼보와 사브 자동차로 총칭되는 스웨덴의 기술력은 단지 실용과학 뿐만 아니라, 광학, 바이오, 나노와 같은 첨단공학을 비롯해 우주공학에 이르기까지 과학 전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앤더스 플로트스트룀 총장은 "정부의 전폭적 지지와 학교의 폭넓은 재량권"을 스웨덴 과학발전의 근본이유로 지적했다.

175년 역사를 자랑하는 KTH는 '에릭슨’으로 통칭되는 스웨덴 과학의 산실로 프랑스의 에꼴 폴리테크닉, 독일의 아헨 공대 등과 더불어 유럽이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유럽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이다.

그는 19세기 유럽을 지배했던 영국, 프랑스, 독일등과의 지리적 차이에도 불구, KTH가 최고의 명문 과학기술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로 '개교정신인 실용중시를 통한 명성획득(popular as well as practical)'에 있다고 운을 뗐다.

또한 “국제적 명성을 가진 대학과 한 나라 내에서의 명문대학은 차원이 다른 화두”라고 말하고는 "끊임없는 리서치를 통한 연구개발을 하지 않으면 우물안 개구리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국 대학현실과 관련된 의미있는 답변을 던졌다. 이어 "국제적 감각의 교수채용에서 일류 공과대학이 시작된다”며 최근 KAIST와 같은 사례에서 비쳐진 한국 대학의 국제화노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앤더스 플로트스트룀 총장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있어 대학의 지원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 발전, 특히 공과 대학의 발전에는 국가의 적극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KTH는 정부보조금 30%, 정부관련 국가기관으로부터 50% 등 대학운영기금의 80%이상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고 설명했다.

정부지원이 많을수록 간섭이 많아져 자율성이 저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와 리서치는 자체 교수진으로 구성된 ‘교내통치위원회(internal governance)’에서 결정된다”는 말로 지원과 연구의 철저한 분리를 통한 자율권 보장이 과학기술 발전의 지름길임을 분명히 했다.

'스웨덴도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청소년들의 기피 현상이 있느냐'의 질문에 "물론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과학기술도 의학, 환경학 등 관련분야 뿐만 아니라 경제학과 같은 인문과학과 연동될 때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해 과학과 인문학의 접목이 대안임을 시사했다.

이는 앞서 인터뷰한 다른 나라의 일류대학 총장들이 이공계 기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장한 ‘타학문과의 연동 및 만남’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앤더스 플로트스트룀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최근 한국정부에서 주도하는 ‘과학입국’정책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또 “KAIST와 POSTECH(포항공대)등과 같은 한국의 명문 공대가 세계적 공과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과 개방적인 학문풍토"가 요구된다며 애정어린 충고를 해주었다.

그리고 IT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이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전제하에 의미심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모든 과학의 근원은 물리학과 화학"이라며 기초과학의 정책적 지원이 결국 응용기술 발전의 모태가 됨을 강조했다.

'한국의 과학기술 관련기관의 총책임자가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자 "동북아시아의 중심이 되는 교육기관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미국, 유럽 등의 일류대학과 많은 교류를 시도할 것"이라며 "과학기술의 발전은 융합과 개방을 자양분으로 하는 열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한국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없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명한 앤더스 플로트스트룀 총장은 "한국 대학들과의 공동연구는 많은 긍정적 결과를 창출해 낼 것(Collaboration with Korean universities would be of great benefit)”이라며 스웨덴의 기초과학과 한국의 실용과학간 접목을 희망했다.

“과학계는 과학자가 가장 잘 안다”고 미소짓는 공학도 출신의 앤더스 플로트스트룀 총장의 모습에서 '연구와 행정의 교차점'이 보이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