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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과 相生하는 방안 모색"

존 헤네시 스탠포드大 총장

[과학기술한림원 공동기획]
세계 일류대 총장이 말한다①

이현경 기자
사이언스 타임즈, 2004년6월28일

"러플린 교수의 KAIST행은 스탠포드 대학의 아시아 정책을 위해 강력히 추진되어온 결과입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 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 세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는 우리 대학의 발전에도 귀중한 성장 원동력입니다.”

미국 과학기술산업의 대표격인 실리콘 밸리의 젖줄, 타이거 우즈의 모교로 잘 알려졌고 노벨상 수상자인 러플린 KIAST 총장이 재직중인 스탠포드 대학의 총책임자인 존 헤네시(John Henessy) 스탠포드大 총장이 던진 러플린 교수의 KAIST 총장 부임에 대한 소감이다.

17일 러플린 교수의 한국행이 확정된 이후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헤네시 총장은 “러플린 교수의 KAIST 임명은 스탠포드 대학이 사활을 걸고 추진중인 향(向)아시아 정책(Asian Policy)의 일환으로 본인과 학교측 모두 지지했다”면서 KAIST 총장 임명에 환영을 표했다.

덧붙여 “5월과 6월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IT과 과학기술을 비롯해 경제 전반적으로 급속한 발전을 하고 있는 지역이며 한국 대학들과의 유대는 우리 대학(스탠포드)의 발전에도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실리콘 밸리의 산실이자, 샌프란시스코를 세계 정보화 도시 1위로 올려놓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스탠포드 대학. 이 곳의 수장인 헤네시 총장은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과학기술 전문가이다. 라우터 등 IT기술관련 업체인 시스코시스템(Cisco System)의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12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동부의 기라성 같은 아이비리그를 제치고 우뚝 서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정체를 최대의 적으로 하는 ‘개척정신’(Frontiers, excellence cannot to be achieved by standing still)과 실용주의(pragmatism)의 노선을 지향하는 창학이념을 양대 이유로 꼽았다.

최근 한국의 이공계 기피현상,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홀대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견을 피력했다. 헤네시 총장은 "한 분야만 독보적으로 육성해서는 휴머니티를 지향하는 근원적 목적에 위배된다”면서 “과학, 의학 뿐만 아니라 제반 학문이 더불어 발전할 때 비로소 올바른 성장이 가능하며, 여러 학문이 참여할수 있는 통합적 연구(multidisciplinary project)가 병행될 때 근본적으로 치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과학의 여러 분야가 통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기초 과학 분야의 기피현상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총장직을 맡으면서도 교수로서 강의를 진행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즉 한 분야의 추구보다는 학문간 통합을 통한 유기적 프로젝트의 진행이 근원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학자인 러플린 교수가 과연 행정적 성격이 강한 총장직 수행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도 총장으로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저 역시 컴퓨터를 전공한 공학도"라며 "아카데믹한 연구를 최우선으로 한다면 전공은 중요치 않으며 전혀 업무수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총장직은 행정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것을 완곡하게 요구했다.

한국의 수재들이 스탠포드 대학에 많이 진학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묻자 헤네시 총장은 스탠포드大 아태 교류 연구 소장으로 있는 신기욱 스탠포드大 사회학 교수를 거론했다. "한국 학생들의 학문적 열의와 그 학문적 성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신 교수의 지도 아래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며 한국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최근 러플린 교수로 인해 한국에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노벨상에 대해서도 물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한 명의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했지만 스탠포드를 거친 노벨상 수상자만 현재 27명에 이른다. 그에게 비결이 있냐고 묻자 “우리는 최상의 교수진 영입과 최고의 학생들의 입학을 최우선시 할 뿐”이라며 가볍게 웃으며 교육의 본질은 명성있는 상의 수상에 있지 않음을 은유적으로 비유했다.

‘하이킹’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얻고, 학생들이 가득 찬 교실에 서서 강의를 할 때와 무언가를 물으러 교수실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을 볼 때 최고의 기쁨을 느낀다(Giving a lecture to a packed classroom, my greatest enjoyment comes when a student visits my office to ask a question)는 ‘강의하는 총장’ 존 헤네시.

연간 100억달러(12조200억원)의 운용기금, 공학부분은 물론 MBA, 로스쿨, 영문학 등 인문 사회 계열에서도 전미 선두권을 확고히 한 역사 120년의 신흥 명문대학 스탠포드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음이 '행동하는 총장' 존 헤네시의 인터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