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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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기자의 Sports Focus

박지은 선수 이대 편입에 부쳐

이현경 기자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 2000년 2월 16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골퍼 박지은(미국명: Grace Park) 선수가 이화여대에 편입했다. 수업 방식은 고교, 대학 시절 학업이 우수한 학생이었기에 리프트 제출과 인터넷 수업만으로도 충분히 학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며 비시즌에는 귀국해서 지도 교수와 면담을 통해 미진한 부분을 보충하는 등 정상적인 학점을 취득해 졸업장을 받는 것이라고 명확히 알려져 있다.

대학 관계자도 “아주 환영한다. 세계적인 선수가 우리 대학에 입학하게 돼 학교측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한다.” 면서 환영의 뜻을 피력했다.

참으로 잘 된 일이다. 아리조나 주립 대학 장학생인 박지은 양이 미국의 기라성 같은 대학을 제치고 거리상의 불편함, 수업 방식의 변화 등 여러 가지의 어려움을 감안하고 국내 대학에 편입한 것은 어찌 보면 범인(凡人)으로서는 결정키 힘든 조국애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하나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과연 제대로 잘 지켜지고 엄수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학교의 명예를 위해 치열한 경쟁 끝에 거액을 들여 스카우트된 선수들이 수업 시간에 들어오지 않고도 일정 학점을 취득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미국의 예를 보자. 아무리 힘들게 스카우트 한 선수라도 일정 학점 이상을 받지 못하면 대회 출전에 제재를 받고 졸업은 요원해진다. 더욱이 그 과정에 운동 선수니까 수업에 불참해도 적정 수준의 일정 점수를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기에 운동선수로서 대학을 졸업하고 더욱이 학점까지 좋으면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 것이고 박지은 선수도 “수재”소리를 듣는 것이다.

일일이 기록을 나열하기도 힘든 “골프의 제왕” 타이거 우즈도 결국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지 못해 스탠포드大를 중도에 관둬야 했음은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한국 같았으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의 영예를 위해 간신히 스카우트해 온 운동선수에게 일반 학생과 같은 강도의 수업을 요구하는 것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소리일 뿐더러 위대한 선수가 학교 있어주는 데 감사하지는 못할 망정 별소리를 다 한다는 말을 듣기가 십상이 아닐까 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야구, 농구 선수 등 학교의 영예 지킴이들은 수강 신청을 한 것만으로 적정 수주의 졸업 학점을 받아왔음은 필자 역시 대학 시절 숱하게 피부로 보고 느꼈다.

아마추어 5승, NCAA 7승 등 눈부신 성적과 장차 세계에 대한 한국 여성의 기개를 펼 사람이기에 학생이라는 본분은 가리워지고 “학교측의 자랑스런 홍보물”로 전락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스며드는 것은 어찌된 영문일까?

도덕 교과서에서는 그런다. 세상엔 정도(正道)가 있으며, 인생(人生)이란 정도를 걸어야만 온전(穩全)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정도란 강자(强者)들이 정한 벗어날 수 없는 테두리일 경우가 허다하다.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를 자신의 학교에 편입시킨 이화여대가 강자인지, 까다로운 절차 없이 편입한 박지은 선수가 강자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꺼먼 밤을 새하얗게 수놓으며 힘들게 입학한 수많은 작은 눈들이 있음만은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