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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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의 기사들

로버트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
대전시유성구 구성동373

조선일보 2005년 3월 24일
[번역: 이현경]

나의 과학자 생애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사건은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를 만난 일이었다. 그는 자기가 발명한 ‘리눅스(LINUX)’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위해 스탠퍼드 대학을 방문했었다. 무료로 공개된 기술 소스로 유명해진 리눅스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그토록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파괴하고자 했던 컴퓨터 운영체제(OS)이다. 나는 그의 세미나가 있다는 걸 뒤늦게 아는 바람에, 학생과 팬들로 가득 찬 강의실 뒷편에 서 있어야 했다. 강의가 끝난 후, 나는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리누스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연단쪽으로 다가가 나의 이름을 말하면서, “최근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괜찮은 사람과 사인을 교환하지 않겠소?”하고 물어봤다. 리누스는 활짝 웃으며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말했는데, 말뜻을 아는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컴퓨터 기술계의 전설 속에는 빌 게이츠(마이크로소 프트 창업자)나 스티브 케이스(AOL·아메리카 온라인의 CEO) 같은 발빠른 사업가들뿐만 아니라, 명성이나 다른 것을 포기하고 만인을 위해 투명하게 봉사한 리누스 같은 순수한 학자들도 포함돼 있다. 다른 순수한 사람들처럼 리누스 역시 학창 시절에 혁신적인 업적(리눅스)을 이루어냈다(그는 핀란드 헬싱키 태생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소프트웨어 기술의 완전 공개를 거부하는 데 실망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달리, 컴퓨터 운영체제를 무(無)에서 출발해 개발해내는 일이 그리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결국 그는 몇 달 안에, 전문가들의 사랑을 받는 ‘리눅스’라는 간단하고도 강력한 프로그램의 실용적 개량본을 만들어냈다. 그 자체로도 대단한 성취였지만, 리누스는 한 발 더 나아가 그 소스 코드(source code)를 공개했다.

이는 그가 그것을 상품으로 개발하지 않고, 참된 지식을 널리 보급하여 모든 사람이 이해하도록 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중에 ‘리눅스’란 이름으로 알려지게 된 그의 프로그램은 즉각 전 세계에 퍼졌고, 리누스를 과학기술계의 슈퍼스타 자리에 올려놓았다. 컴퓨터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그의 성과가 노벨상보다 더 가치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리눅스는 훌륭한 발명이다. 그것은 탁월하게 안정적이고(즉 알 수 없는 이유로 작동이 정지되지 않는다), 바이러스와 해킹 방어에 용이하며, 누구든 원하는 대로 변용할 수 있다. 리눅스가 이런 특성을 갖게 된 것은 공개에 따른 부작용 덕택이었다. 왜냐하면 말썽꾼들이 약점을 찾아 공개된 소스를 연구하고 공격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약점이 노출되고(때로는 아주 고통스런 결과를 유발하기도 했으나) 그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짐에 따라, 리눅스는 오늘날의 안정된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그 덕에 리눅스는 현재 인터넷 서버를 설정할 때 첫 번째 선택사양이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경우 적어도 지식을 공개한 것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셈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지식의 공개)이 아주 좋은 것만은 아니다. 프로그래머들도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자면 핵심 지식을 기밀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종종 어떻게 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지 내게 묻고, 나는 늘 “정말 모른다”고 대답하는데, 이는 사실이다. 다만 내가 어렴풋이 느끼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자유와 개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찬가지로, 왜 한국인들 중에는 리누스 토발즈와 같이 모험을 찾아 도전하는 ‘비트의 기사들’(knights of bits·비트는 컴퓨터 정보량의 최소단위)이 적으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 소프트웨어가 물리학보다 중요하다고 보며, 그래서 한국에 그런 도전자가 부족하다는 점이 더욱 문제라고 생각한다.

리누스는 현재 산호세에 살고 있으며 벤츠를 운전하며 그녀의 어린 딸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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