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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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딸들

로버트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
대전시유성구 구성동373

조선일보 2005년 11월19일
[번역: 이현경]

안타깝게도 나는 딸이 없다. 하지만 많은 내 친구들이 딸이 있으며, 특히 나와 친한 한 친구는 세 명의 딸을 길렀다. 그는 원래 아들을 선호했는데 그래서인지 무의식중에 장녀를 아들처럼 기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유전 인자가 이겼고, 그의 세 딸은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했다. 장녀는 현재 과학자이며, 차녀는 사진작가 겸 예술가가 됐고, 막내딸은 아직 진로를 결정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아무도 결혼을 하진 않았지만, 딸들의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내 친구에게는 이 역시 행복한 일이다.

내 친구의 딸들에 대한 복잡한 감정은 현재 한국의 모든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딜레마를 연상시킨다.‘당연하다’는 듯이 여성을 직업적으로 차별하는 것과 그들의 딸이 차별대우받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여성을 차별하는 사람을 포함해서 누구도 자신의 딸이 차별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도 딸들이 제대로 교육받기를 원한다. 그들은 딸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결혼 전에 직업적 위치를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딸들이 매력 있는 사람이 되기를 갈망한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거의 한 명에 가까워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이로 인해 어떤 현상이 발생할지는 확연하다. 결국에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뿌리 깊은 관습이 사라질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딸들은 계속 아이 낳기를 거부할 것이고 인구는 급속도로 감소할 것이다.

내 친구 가족에 관한 것 중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그 친구의 부인이 기술자라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는 예전에는 기술자였지만, 빠른 기간 내 간부급으로 승진했다가 지금은 작은 로봇 회사를 창업했다. 어떻게 그녀가 자녀 양육이라는 엄청난 임무를 다하면서 이런 사회적 경력을 쌓았는지 나로서는 아직도 이해하기 힘들다. 내게 그녀는 수퍼우먼처럼 보인다. 내 아내 역시 아이들을 기르는 동안 교사 생활을 했지만 그 일조차 때론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부인의 이러한 인생 행적이 강한 의지를 가진 여성, 특히 한국 여성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 계통은 언뜻 남성적인 일로 여겨지고, 그러므로 여성들의 출현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이는 과학기술 계통이 지극히 지적이고 공정하다는 사실과 모순된다. 만약 여성이 어떤 발견을 하면, 그녀는 존경받을 것이다. 만약 어떤 여성이 적은 돈을 받고 더 뛰어난 디자인을 한다면, 그녀는 논의 없이 계약을 수주할 것이다. 게다가, 원래부터 혼자 하는 일이었던 과학기술 계통은 업무와 가정의 충돌하는 요구를 조절하는 데 필요한 시간 유연성을 갖게 되었다.

나는 자신의 생활과 균형을 맞추면서 과학기술계통에서 일하는 많은 미국 여성들을 알고 있다. 한 여교수는 두 아들을 훌륭히 키우면서도 스탠퍼드 대학의 탁월한 나노과학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여교수는 스탠퍼드 원자가속기 센터의 엄청난 규모의 미립자 검출 프로젝트 운영과 가정 생활을 잘 조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한 동료 교수의 부인은 IBM사의 소프트웨어 매뉴얼을 쓰면서 자녀들을 기르고 있다. 또 한 동료 교수의 부인은 지넨텍이라는 유전자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있다가 최근 대만에 있는 생명공학 기업의 창업 투자 자본을 알선하는 일로 직업을 바꿨다.

그러므로 나는 고집 센 한국의 딸들을 둔 부모들에게 그들의 야심을 받아들여서 과학기술계통으로 들어서는 것을 격려해 주도록 간곡히 청원 드리고자 한다. 딸들도 아들들처럼 자라나는 희망이 필요하고, 부모들이 뭐라 하던 간에 그들은 경제적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다. 진보의 행진은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다.

지난주 내가 이화여대에서 특강을 했을 때, 한 예리한 여학생이 자기도 노벨상을 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즉각적이고 간단했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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