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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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트럼펫들

로버트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
대전시유성구 구성동373

조선일보 2005년 1월 17일
[번역: 이현경]

얼마 전 교통정체로 옴짝달싹 못하는 동안 눈이 살짝 내렸고, 나는 눈송이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여러분은 아마도 어렸을 때, 눈의 결정(結晶)이 6각형이고 아름다운 대칭을 이루며, 여러가지 환상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똑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다고 배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눈 결정의 똑같은 모습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6각인 것은 똑같은가 하는 것은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눈은 절대로 작은 결정들로 그냥 떨어지지 않고, 솜털 같은 작은 덩어리로 뭉쳐서 천천히, 제멋대로 내린다. 그 눈송이들은 인간들이 그렇듯이 모두 다르다.

만약 과학자들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뽐내거든 그들에게 눈에 대해 설명하라고 요청해보라. 그들은 설명할 수없다. 어렸을 때 여러분들은 또한 얼음 결정체가 6각형이기 때문에 눈의 결정도 6각이라고 배우지만, 이것은 터무니 없다. 그것은 마치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직육면체의 돌덩어리들로 지어졌기 때문에 정사각형의 밑바닥을 가졌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A를 바꾸었을 때 중요한 변화가 초래되는 반면에, B나 C 등 다른 것을 바꾸었을 때는 그런 변화가 초래되지 않는다면, A가 바로 그 변화의 원인인 것이다. 우리는 눈 결정의 모양들이 환경적인 요인들, 즉 습기나 풍속(風俗), 눈이 형성되는 대기의 온도 등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실험적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빙점(氷點) 바로 아래에서는 주로 6각 평면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보다 좀 더 낮은 온도에서는 주로 바늘 모양이 된다. 그보다 더 낮은 온도가 되면 속이 빈 기둥 모양이 되고, 또 그보다 더 낮은 온도가 되면 규칙적인 6각형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눈은 대기 중에 포함된 미세한 먼지나 소금기 등이 없다면 형성되지 않는다. 때때로 여러분은 컴퓨터 종사자들이 눈의 원리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고 호언하는 것을 듣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 한동안 생각해 보면서 나는, 눈의 형성이 경제생활과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즉 경제생활도 대단히 아름답고, 단순한 기초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또한 너무나 복잡해서 이런 기초들로부터 예측을 할 수는 없으며, 쉽게 확인하고 측정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대략적 특징들을 갖고 있고, 원시적인 환경 통제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지만 달리는 할 수 없으며, 미세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겨난다.

과학과 기술은, 현대 경제를 형성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특히 한국에서도 그러 했다. 한국인들은 종종 과학과 기술이 한국의 경제 기적을 이룩했다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국가 장래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대처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나는 이러한 태도에 고무되고 깊이 감명을 받기도 하지만, 비용(cost)을 무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모든 선진국들에서 지극히 중요하지만, 마치 얼음 결정이 눈 결정을 설명하지 못하듯이, 과학 기술만으로 경제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경제는 자연 속의 수많은 원시적인 것들처럼, 누구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원인들로 인해 스스로 발생한다. 경제는 또 계획대로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과학 기술에 소요되는 비용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과학 기술에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과학 기술을 촉진하기 위해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여하튼, 경제는 사실 이런 눈보라 -하늘의 모든 트럼펫들이 내뿜는 환상적이면서도 야만적인 것이라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구처럼- 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차안에서 들었다. 그것은 매우 기쁘고도 복잡 미묘하다. 그것을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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