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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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탄띠

로버트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
대전시유성구 구성동373

조선일보 2005년 5월 13일
[번역: 이현경]

1974년 여름, 나는 군대에서 소위 ‘짧은’ 상태였다. ‘짧다’는 것의 의미는 제대가 얼마 남지 않기에 심리적으로 실제보다 더 자유로운 것을 뜻한다. 당시 나는 독일의 네카어 계곡 지역에 있는 슈베비슈 그뮌트라는 작은 도시에 있었다.

어느 날 나는 군용 장비를 하나씩 반납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나는 군용 장비를 모두 커다란 군용 가방에 집어 넣고 천천히 각 창구를 이동하면서 요구하는 대로 장비를 하나씩 끄집어 내었다. 막 철모를 반납하고 다음 담당병이 탄띠를 요구했을 때, 난 군용 가방이 아주 가벼워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가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탄띠는 그 안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탄띠가 처음부터 내게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했다. 왜냐하면 나는 탄약이 필요 없는 사무실에서 근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 담당병은 내가 또한 제대로 챙기지 못했을 거라고 의심하는 다른 장비들의 반납을 요구했다. 다분히 고의적이며 길고도 불필요한 말다툼 끝에 그는 눈가에 즐거움을 머금고 빈정대는 어투로 “왜 이런 장비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자제심을 잃을까 봐 걱정이 됐지만, 차분하게 “왜냐하면 너희 얼간이들이 처음부터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너도 알다시피 제대 말년이야”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절대 잊혀지지 않을 교훈을 얻었다. 그 역시 똑같이 차분하게 “그럼 나는 그 모든 장비에 대한 비용을 부과하겠다”라고 대꾸했다. 상황은 나쁘게 돌아갔다. 장비의 수가 많을 뿐더러 정부가 책정한 가격으로는 매우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뒤에 있던 모르는 어떤 사람이 분실된 게 뭐냐 물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가만히 얘기를 듣더니 자기가 아주 우연하게도,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들과 똑같은 여분의 장비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변상을 하지 않아도 됐다.

우리 모두가 배우게 되는 이 일화의 교훈은 당신을 해칠 수 있는 약한 사람을 그가 가진 결함 때문에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 순간에는 비판의 타당성보다 상대의 감정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상은, 비난이 타당하면 할수록, 상대의 화를 더욱 돋우고, 결국에는 더 많은 분쟁을 야기한다.

나는 북한에 가본 적이 없다. 북한 방문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전에 공산주의 국가들을 방문한 적이 있고 하나를 보면 전체를 파악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젊은이들이 공산국가를 방문하기를 권유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사회주의의 폐해를 직접 목격하는 마지막 세대일 것이기 때문이다. 방문자들이 보게 되는 것은 광범위하게 만연한 취약성이다. 그리고 당(黨) 고위 간부 층을 포함한 모든 주민이 그들이 실제로 갖고 있는 결함에 대한 비난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나는 북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열쇠는 그들 역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뜻인가 하면 북한의 특히 지독한 공산주의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왕조적 전통, 중국과의 복잡미묘한 역사적 관계, 식민지 경험 그리고 한국전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자존심이 강하기에, 실수를 인정하는 것보다 잘못인 줄 스스로 아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 일화가 증명하듯 한국인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지만 한국의 역사적 경험에 의해 증폭된 것이다. 나는 북한의 핵무기 제조 능력에 아무런 인상을 받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핵무기를 실험하는 것은 강함을 나타내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약함의 표현이다. 만약 북한이 핵 물질을 테러리스트들에게 판매하고 야쿠자들에게 마약을 판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행위들 또한 약함의 표현이다.

군용 장비를 반납한 일주일 후에 나는 제대를 했고 자유로운 신분이 됐다. 나는 즉시 군화를 태워버리고는 기차를 타고 스페인에 갔으며, 거기서 몇몇 여인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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