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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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자동차가 있었으면

로버트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
대전시유성구 구성동373

조선일보 2005년 5월 13일
[번역: 이현경]

오늘 기름값이 다시 올랐다. 보통 사람들은 이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빼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에, 나 역시 불평을 했다. 기름값에 대해 공공연히 푸념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 겨우 스스로에게 푸념하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수익성이 없어서 파산한 사업들을 떠올리고, 그런 회사의 책임자가 아님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지구 부존자원의 급속한 고갈, 물과 공기의 순수성, 인간 문명과 메뚜기떼의 유사성을 생각하고는―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한―보존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인간에 의한 연료소비는 기본적으로 기술이 아니라 경제의 문제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사람 탓으로 돌린다. 기름 소비가 중단되면 우리가 모두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터넷, 영화 또는 스타크래프트 텔레비전 쇼의 소비와는 성격이 다르다. 현대 도시들은 이미 그 규모가 너무 커져서 음식물을 들여오고 쓰레기를 내가는 동력(動力)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만약 어느 나라의 연료 보급이 봉쇄된다면, 그 나라는 즉각 전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량 기아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정책에 대한 토론은 결코 합리적일 수가 없다. 그 아래 놓여 있는 힘은 지적인 것이 아니라 생존하려는 동물적 본능이다.

나는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 때 벨연구소에 입사 면접을 보러 간 일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때, 만일 도중에 자동차 연료가 떨어진다면 취해야 할 모든 조치에 대해 세밀하게 준비했었다. 인터뷰장에 도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내 인생을 결정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별 일 없이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귀갓길에는 기름을 얻기 위해 많은 웃돈을 얹어 주어야만 했다.

이처럼 친숙한 심리적 관점에서 보자면, 기름이 이렇게 싸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석유 보유량이 줄어든다고 판명된다면, 석유공급자들이 생산량을 줄여 소비자들을 착취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확실히 석유를 이용한 협박에 대한 공포는 특히 군사적 분쟁시에는, 전 세계의 정부들이 값비싼 대체에너지 기술에 투자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석유 가격이 싸다면 그것을 중단할 것이다. 이는 문제가 되는 기술이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며,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게 유지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예는, 석탄을 이용해 합성 석유를 생산하는 피셔-트롭츠 공법이다. 석탄을 이용해 석유를 생산하는 공법은 천연 석유보다 더 많은 온실 가스를 대기에 분출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불행히도 최우선시되는 사항은 아니다. 입사 면접이 걸려 있다면, 나는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기꺼이 몇 ㎏의 탄소를 대기 중에 뿜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 사실을 시장 점유율을 위해 사악한 가격경쟁을 벌여온 에너지 산업의 오랜 역사와 종합해 보면, 수소 등 청정 에너지 경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율스러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대신 인류는 석유를 모두 태워버린 후,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고, 다시 그것을 모두 태워버릴 것이다. 그 결과는 현재보다 나무에는 더 좋고 빙산에는 더 나쁜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제원리는 경탄하리 만큼 보편적이다. 몇 년 전 나는 베이징에 출장을 갔을 때, 교통체증에 걸려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멈춰 선 적이 있었다. 내 큰 아들이 옆에 있었기에, 나는 인생에 대한 교훈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아들에게 물었다. 내 아들은 몇 초간 망설이더니 “저 사람은 ‘나도 자동차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 같네요”라고 대답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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